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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간다

6살, 2춘기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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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망 일춘기는 4살 무렵이었다. 

엄마말 잘 듣고 마냥 애기같던 딸아이가 자기 주장이 생긴 것이다. '나는 빨강색이 좋아요'라고 말이다. 

그무렵 모나망은 온통 빨간색만 찾아 다녔다. 빨간 옷과 빨간 신발, 빨간 가방과 빨간 머리핀, 빨간 모자와 빨간 장난감 등등 온통 빨간색만 좋아했고 머리부터 발 끝까지 빨간색으로 뒤덮기를 원했다. 내가 빨갱이를 낳았구나 싶을만큼 빨간색만 찾던 모나망이 산타할아버지께 받고 싶은 선물은 '빨간선물'이란다. 밑도 끝도 없는 빨간선물은 뭘까. 그걸 찾아 얼마나 헤메었는지 모른다. 결국 빨간색으로 포장하는 것으로 잘 넘어갔지만, 거리에서 빨간색 차를 보면 그렇게 타고 싶다며 아빠차는 왜 하얀색이냐며 빨간색 차로 바꾸라고 시도때도 없이 졸라댔다. 

그놈의 빨간색 사랑이 영원할것 같았는데, 일년이 조금 지날 무렵 어느날 어린이집에서 하원하고 돌아온 모나망이 당당하게 말했다. 이제는 갈색이 좋다고 말이다. 초콜렛의 달콤함을 알아버렸던 거다. 그리고 까만색과 핑크색, 주황색, 노랑색 등등 좋아하는 색의 주기가 점점 짧아지더니 무지개색으로 아직까지 정착 중이다. 무지개색이라 여러가지 색을 다 좋아하는게 아니라, 일곱색이 한꺼번에 다 있어야 하는 조건이다. 차라리 한가지 색만 좋아할 때가 더 쉬웠다. 무지개색을 갖춘 옷 찾기는 정말 어렵다. 


아무튼 좋아하는 색깔로 자신의 첫주장을 키워가던 그때가 일춘기였다면, 6살 모나망은 2춘기로 접어든것 같다. 

아이들은 순수해서 감정이 매우 솔직하고 꾸밈이 없다. 떼를 쓰며 울다가도 과자 봉지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눈이 휘둥그레지기도 하고, 예방주사를 맞으러 가서 바늘이 쑥 들어와도 아무렇지 않다가 아픈 약물이 주입되면 그제서야 으앙 울음을 터뜨린다. 뒤뚱대며 걸어가다가 누군가에 밀려 넘어져도 아프지 않으면 개의치 않고 자기 볼일 보러 가버리고, 뒤집기 혹은 일어서기, 걸음마가 잘 되지 않아도 좌절하지 않고 될 때까지 무한 반복하며 연습한다. 

여섯살 모나망은 달라졌다. 별일 아닌 일로 삐지고, 과자 먹자는 소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울고 떼쓰는 거야 3살부터 그랬지만, 여섯살 무렵부터 누군가 실수로 슬쩍 치거나 밀기라도 하면 전혀 아프지 않더라도 큰소리로 '아악~' 하며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이건 좀 연기가 필요한, 디테일 있는 감정이라 여섯살 언니가 되어 가능한 일인지 모른다. 이러면 상대하기 조금 피곤해진다. 그리고 또 중요한 변화는, 결과에 따른 좌절이다. 이전에도 아이가 어떤 일에 크게 좌절한 적이 있는가 생각해 보니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뭔가 어려운 일에 막혀 힘들어지면 큰소리로 엄마를 찾거나 누군가에게 도와달라 떼를 쓰면 그만이었다. 이제는 스스로가 할 수 없다 생각되면 좌절을 한다. 노력하는 과정 없이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그에 대한 결과가 기대한 만큼이 되지 않을때 좌절의 눈물도 흘린다. 피아노를 연습하다가 멜로디가 좀 어려운 (바이엘 오른손 연습 20번과 같은) 페이지에 이르자 생각만큼 손가락이 따라주지 않는걸 깨닫고는 으앙 눈물을 터뜨렸다. 처음에는 누구나 어려운 것이라고, 엄마도 처음엔 잘 되지 않았다고 아무리 얘길 해줘도 속상해 했다. 넘어지고 또 넘어져도 일어나 걸음마 하던 그 집념은 어디로 갔나 모르겠다. 


점점 커갈 수록 아이의 감정이 복잡미묘해진다. 여자아이라 그런걸까? 6살 여자아이는 참 어렵다.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보면 무척 흐뭇하고 가슴 벅차오른다. 아이들의 놀라운 열정과 순수하고 솔직한 모습에 반성도 많이 하곤 했는데, 점점 커가면서 그런 것들을 잃어가고 어른의 모습을 닮아가는 것 같아 슬프기도 하다. 

이 또한 자연스럽게 커가는 과정이니 받아들여야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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