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이플 일상

배고프다

반응형
아침에 아이들 김 싸 먹이면서 같이 먹은 밥 반공기가 오늘 먹은 유일한 끼니다. 아침에는 특히나 입맛이 없는 아이들이기에 양껏 밥을 차려 따로 먹이면 거의 남기게 되니, 차라리 밥 한그릇 같이 떠서 오며가며 먹을 수 있게 챙기게 되었다. 아이들이 잘 받아먹는 날엔 내가 먹는 밥이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모나망 등원시키고 돌아와 커피 한잔에 케익 한조각 먹었더니 배가 불러 점심도 건너 뛰고, 저녁엔 아이들 하나씩 밥 먹이고 과일 먹이고 씻겨 재우면 나 밥 먹을 겨를이 없다. 함께 먹으려고 차리면 아이들 먹이고 챙기는 사이 내밥은 차갑게 식어 있거나 뭘 먹었는지 기억도 안나게 정신없이 우겨 넣는 수준이다. 얼른 애들 재우고 먹으려 시계를 보면 이미 한밤중이라, 밥생각도 없고 밥솥에 남은 밥도 없다. 햇반도 라면도 싫고 엄마가 해주는 따뜻한 밥이 먹고싶다. 난 애들한테 그렇게 안차려주면서 참 많이도 바란다.

요새 애들 밥상이 엉망이다. 따뜻한 국과 반찬으로 밥 차려준게 까마득 하다. 워니 단백질 채워 먹이는 숙제 아닌 숙제 때문에 언제나 밥상 차리기 전에 계란이나 고기를 먼저 먹이고 그러다 보니 밥은 김에 대충 싸서 먹이는 정도가 되버렸다. (국이랑 반찬, 고기를 같이 밥을 차려주면 나물반찬 좋아하는 워니는 다른 반찬 먼저 집어먹고 꼭 먹어야 하는 고기나 계란 반찬은 거들떠 보지도 않기에 배고픈 상태에서 단백질 반찬을 우선적으로 먹이는 상황이다.) 워니도 스스로 밥을 먹도록 해줘야 할텐데 고기 많이 먹여야 한다는 생각에 내가 먹여주고 있으니 밥상 교육이 전혀 안되고 있다.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애는 잘 안먹고 뭘 해줘야 할지 모르겠고 혼란스럽기만 하다. 마치 복잡한 미로 속에서 막힌 길만 뱅뱅 도는 기분이랄까. 언젠가 출구를 찾을 날이 온다는것을 알지만 지금 당장은 힘들고 혼란스럽고 좌절되고 그렇다. 마음 다잡아 힘내서 어떻게든 해보려 하다가도 아이의 컨디션에 막히면 다시 도돌이표를 찍는다. 그리고 괜히 아이에게 원망이 가고 다시 또 미안해지고 그렇다. 

아, 배고픈 밤, 배가 고프니 우울한 생각만 하게 되는구나.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 했다. 내가 서툴고 그래서 힘든게 당연한거다. 난 이제 겨우 2년차 아이둘 엄마니까, 이제 겨우 1년차 체중미달 아이 엄마니까 말이다. 태어날 때 부터 아이 둘 엄마가 아니었고 숙련된 영양사도 아니니까 말이다. 실수하는 아이들처럼 엄마도 실수할 수 있다. 한번 두번 실수했다고 계속계속 실수했다고 나쁜 아이들은 없는 것처럼, 엄마도 몰라서 실수할 수 있는거 아닌가? 실수 했다고 나쁜 엄마는 아니라고 생각할란다. 미안해 하고 다시 노력할란다. 그러다 또 안되면 또 좌절하겠지만 다시 괜찮아지면 된다. 하루하루 아이들이 커가는 만큼 나도 아이들에 맞춰 경험많은 엄마가 되겠지. 하지만 그때도 마찬가지, 그때의 엄마는 또 처음이니까 아이들도 엄마를 이해해주길 바래본다.


반응형

'메이플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로니아  (0) 2016.08.21
브로콜리너마저, 계피, 가을방학  (3) 2016.08.19
예전엔,  (0) 2016.08.05
2016/02/29  (0) 2016.02.29
2016/02/27  (0) 2016.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