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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이런것까지

전기렌지 사용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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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이 없는 우리집 주방에서는 가스렌지로 조리할 때마다 가스 냄새에 신경 쓰이고, 그렇다고 팬을 항상 돌리자니 너무너무 시끄럽다. 주방에 나와 일할 때마다 내 발밑에 앉아 노는 아이들, 나쁜 가스는 밑으로 가라앉는고 하는데 아이들도 걱정되고 말이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안되겠다. 전기렌지로 바꿔야겠다 싶었다. 


 어떤 제품이 좋은지 찾아보니 전기렌지도 종류가 여러가지 있었다. 아이들 있는 집은 특정 냄비에만 열전달이 되는 인덕션 방식을 선호했지만 조리기구를 맞춰 써야 하는데다가 팬션에 놀러가서 사용해본 인덕션들은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해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물론 요즘 나온 인덕션들은 소음 없이 조리할 수 있겠지만 첫인상이라는게 중요하게 작용하는듯 영 내키지 않았다. 모든 조리기구가 사용 가능한 하이라이트 방식은 열전도율이 인덕션보다 떨어지고 여열이 있어서 위험할 수 있겠지만 잘 사용한다면 여열을 조리열로 사용가능하겠다 싶었다. 더 고민하고 찾아보기 귀찮아서 그냥 하이라이트 방식이면서 일반적으로 좋다는 밀레, 지멘스 둘 중 하나로 알아봤다.


 밀레 제품 중에서 화구가 4개인 'KM-6202'를 많이 쓰는것 같은데 화구가 그렇게 많이 필요할까 싶어서 문의 해보니, 4구를 한꺼번에 쓰라고 만든게 아니라 화구 크기가 달라 다양한 냄비에 맞춰 쓸 수 있다고 한다. (전기렌지는 화구 크기에 맞는 냄비를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난 곰솥도 거의 안쓰고 3구 짜리는 우리나라 전용이라 하니 일반적으로 개발된 제품이 더 안정적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멘스 제품 중에서는 'ET645GE11E'가 검색되었는데, 이것도 마찬가지로 화구가 4개이며 조절 버튼이 다이얼식이라 맘에 들었다. 하지만 다이얼 방식은 이제 단종되는 경향이 많아 AS가 걱정이다. 우리나라 사이트엔 두개씩 화구 사이즈가 같다고 나오는데 지멘스 사이트엔 화구 사이즈가 세가지라고 나온다. 밀레 제품 보다 가격이 좀더 저렴해서 고민이다. 백화점에 나가서 실물을 본 뒤 결정하기로 했다. 백화점에 가니 하필 내가 갔던 지점에 지멘스가 없었다. 밀레 제품 뿐이라 비교군이 없어 아쉬워 전화로나마 문의를 해보려 했는데 전화도 받지 않는 거다. 판매 사이트에 AS 무상 수리 기간도 1년이라 하니 너무 짧은듯 하고, 무엇보다 사이트 정보가 본사 사이트와 다른 점도 있는데다 전화까지 받지 않으니 신뢰도가 확 떨어져 밀레 'KM-6202'로 결정했다. (인터넷 판매 사이트 중 최저가를 검색하고 해당 판매처에 문의해서 거치대도 받을 수 있었다.)



 벌써 3년 이상 사용해 보니, 나름 장단점을 꼽을 수 있게 되었다. 전기렌지의 가장 큰 장점은 가스로 인한 냄새나 아이들 건강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아 좋고, 화력이 고르게 전달되니 뭉근하게 조리하기 편하며, 화력을 바로바로 바꿀 수 있는데다, 청소가 쉬워서 좋다. 또 요즘같이 더운날 직접 불을 켜지 않아 상대적으로 덜 덥고 냄비도 불꽃이 닿지 않으니 그을음 등의 피해를 덜 입게 된다. 게다가 타이머 기능이 있어서 원하는 조리시간을 맞춰놓고 다른일을 봐도 된다. 구입 당시 타이머 기능은 별로 신경 안썼는데 써보니 무척 편리한 기능임을 알게 됬다. 음식을 조리하고 화구를 꺼도 여열이 남는 하이라이트 방식이 단점으로 종종 얘기가 되지만, 많은 요리를 한번에 해야 할 때 우선 순위를 정해서 미리 조리한 뒤 여열 위에 올려두면 오랜시간 따뜻하게 유지되는 점을 이용한다면 단점이 아니라 장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이들 염려하시는 전기세, 전기렌지를 사용하고 전기세가 많이 오른건지 느껴지지 않는다면 믿으시려나? 참고로 우리집은 물을 끓여 먹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몇시간씩 물을 끓이고, 전업주부에 아이들이 어려 삼시세끼를 집에서 해먹어야 하는 집이다. 전기세는 체감할 수 없을만큼 나오니 안심하시기 바란다.

장점이 있다면 단점도 있는법, 전기렌지의 단점 중 가장 불편한 점은 냄비가 자꾸 미끄러진다는 점이다. 가스렌지처럼 냄비를 잡아주는 곳 없이 평평한 유리 상판에 올리다 보니 조리기구를 휘젓다 보면 화구에서 비켜나 있어서 자꾸 확인해줘야 한다. 그리고 화구 크기에 맞춰 조리기구 바닥 사이즈를 맞춰야 하니 가끔 자리배치가 까다로울 때가 생기고, 화력이 중앙이 더 세서 팬 가운데가 자꾸 탄다. 얇은 바닥의 조리기구들은 사용하다 보면 바닥이 휘어 열을 제대로 못받아 효율이 떨어져 사용하기 힘들거나 뱅글뱅글 도는 현상이 생기고, 직접 불꽃을 받아 조리하는 웍 등은 그 특성을 살려 사용할 수가 없다. 한마디로 불맛을 내기 힘들다는 얘기다. 나는 불맛을 내는 요리를 잘 하지 않기 때문에 특별히 불편하지 않지만, 불에 직접 굽는 요리는 할 수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스렌지에 익숙한 초보 사용자들은 사용하기 힘들어서 신랑이나 손님들은 이용하기 힘들다는 단점 아닌 단점이 있다. 장점도 많고 단점도 많지만, 나와 친한 사람들에게는 지금 당장 전기렌지로 바꾸라고 추천한다. 나는 100% 만족하며 사용중이다.


 + 주의사항 몇가지가 있는데 사용설명서에 나온 뻔한 얘기들은 말고 사용하며 느낀 두가지만 얘기하자면, 냄비 바닥을 항상 깨끗하게 사용해야 한다. 안그러면 렌지 바닥에 늘러붙고 난리난다. 지우기도 힘들고 타는 냄새도 난다. 그리고 설탕이나 물엿 등 찐득하게 늘어붙는 재료 사용시 특히 바닥에 늘러붙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설탕이 늘러붙어 떼려고 힘을 주면 전기렌지 상판이 파손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판 청소할 때 쇠수세미나 녹색 수세미 등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것도 잊지 말자. 잔기스가 나면 보기 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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