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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이런것까지

[양주 그릴캠프] 캠핑장식 정육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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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숯불 피워보셨나요? 얼마 전에 여행을 가서 고기 구워먹자며 숯불을 붙이다가 한참이 지나도 불이 붙지 않아, 결국 휴대용 버너로 구워 숯불 연기만 입혀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다 먹고 치우니 그제서야 뭔가 굽기 좋게 숯에 불이 붙어있던, 황당하고 힘들었던 기억이에요.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초록초록한 곳으로 나와 자연을 벗삼아 고기를 구워 먹는 것이 캠핑의 맛이라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지요. 하지만 캠핑을 즐기려면 갖가지 도구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완만한 자리를 찾아 텐트를 치고, 아이들이 놀만한 재미를 찾는 등 귀찮은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닐거에요. 이런저런 귀찮은 일들은 신경쓰지 않고 그저 신나게 물놀이 하며 놀고, 고기를 맛있게 구워 먹기만 하면 되는, 캠핑의 재미와 맛만 모아놓은 식당이 바로 양주 '그릴캠프' 일것 같네요.


 친구들 모임으로 양주 그릴캠프에 다녀 왔어요. 맛있고 시설 좋다고 여기저기 리뷰가 많아 한껏 기대를 하고 갔지요. 토요일 저녁시간이라 사람이 엄청 많았어요. 당연한 거겠지요. 여긴 산골짜기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어서 차가 없으면 갈 수가 없는 곳이라 손님들은 당연히 차를 가지고 가고, 그래서 가게 앞의 주차장이 만석이었어요. 가게를 지나 골목 아래쪽 공장 마당에 임시 주차장이 있긴 한데, 아이들 물놀이를 위해 튜브며 갈아입을 옷 등 준비물을 주렁주렁 챙기려면 좀 불편하긴 하더라고요. 게다가 길도 거의 일방통행로처럼 좁아서 주행 중 반대로 오는 차를 만나면, 후진해서 비켜줘야 하는 상황이에요. 주차장이 좁기도 하고 멀기도 하지만 또 불편한 점이 있는데 그건 좀이따 다시 덧붙일께요.


 아무튼 대충 산자락에 주차를 하고 들어갔어요. 단체석을 예약해서 마당 한켠 넓은 그늘막으로 안내를 받았답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마음에 안드는 점이 있었어요. 바로 서향이라는 거에요. 한여름 해가 좀 길어야 말이죠. 석양의 해는 더 따가운거 아세요? 4시 좀 넘은 시간부터 해가 질 때까지, 정말 너무너무 더워서 혼났어요. 단체석 자리는 딱 이쪽 뿐이라 바꿔달라고 할 수도 없고요. 가뜩이나 날도 더운데 해까지 쨍쨍이라 정말 마음에 안들었지요. 친구들도 이렇게 더운데 웬 고기를 구워 먹느냐며 어찌나 투덜거리던지요, 그것도 에어컨도 없는 야외에서 말이지요. 


 이렇게 더운 여름에 이곳을 예약한 이유는 바로 아이들 때문이었는데요. 마당 한가운데에 간이 수영장이 있어요. 어른들이 들어가도 허리 위까지 잠길 만큼 깊이가 있는 수영장과 어린 아이들이 들어가 물장난 할 수 있는 얕은 간이 수영장이에요. 이렇게 무더운날 너도나도 물놀이 하고 싶잖아요. 우리 친구들 아이들도 신나게 물놀이를 즐겼어요. 신나게 물놀이 하고 들어와 쉬었다가 다시 물놀이 하러 나가고요. 이러다 보니 캠핑용 의자들이 많이 젖어 있어요. 저도 처음에 모르고 젖은 의자에 앉았다가 축축해서 혼났네요. 아이들이 신나게 놀고 우리도 젖은 채로 앉을 수 있기에 불만을 가질 순 없지만, 예상치 못한 의자의 축축함이 유쾌하지는 않았어요. 물론 젖은 의자나 고장난 의자는 교체해달라고 하면 교체해줘요.


 수영장에서 물이 넘쳐서 그런건지 마당에는 자갈을 깔아놨더라고요. 도착해서 자갈이 깔린거 보고 불안불안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이가 텐트줄에 걸려 자갈밭에 넘어져서 입속이 찢어졌어요. 텐트 설치용 밧줄과 마당에 깔린 자갈만으로도 어린 유아들을 마당에 풀어두기에 충분히 위험한 요소가 많아요. 야외이고 신나게 노는 아이들이 많아 저희 아이도 마구 돌아다니고 싶어 했는데 못하게 말리느라 고생 좀 했지요.


 주문 후 20분 정도 지나서 고기와 불이 들어왔어요. 신나게 굽굽 합니다. 고기 구워지는건 신나는데, 더워요. 정말 해도해도 너무 더워요. 이 더운날,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는 고깃집도 꺼려지는데 난 왜 여기서 이러고 있나 싶게 더워요. 다들 얼굴이 벌겋게 익고 땀이 육수처럼 흘러내려요. 그늘막 안에서 선풍기 한대 돌아가지만 더운 바람만 불고 있어요. 햇빛도 덥고 고기불도 덥고요. 물놀이 하는 사람들은 시원하다고 하는데, 안하는 사람들은 그냥 더운 여름날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고기는 맛있었어요. 고기가 좋더라구요. 다른 고깃집에 비하면 양도 넉넉한 편이고요. 목살도 먹고싶었는데 다 팔렸다 하더라고요. 목살 드실거면 미리 주문하시는게 나을것 같아요. 손님들이 많고 마당이 넓어 직원들이 정신없지만 친절하고 응대를 잘 해줬어요.


 땀을 뻘뻘 흘려가며 더운 와중에도 고기를 맛있게 먹고 나니, 모기들이 덤벼요. 우와, 완전 까만 산모기에요. 저희 차를 산쪽에 세워놓고 아이 수영복 갈아입히러 (탈의실이나 샤워실이 따로 없어요. 개인손님 자리에는 텐트 하나당 테이블이 하나씩 주어진 곳이어서 텐트 안에서 갈아입으면 되는데, 단체석은 그늘막 뿐이라 갈아입을 곳이 마땅치 않아요.) 차로 가는데 모기가 마구 덤벼서 되돌아 왔어요. 산모기 진짜 무섭더라구요. 아이 수영복은 그냥 화장실에서 갈아입혔어요.


 어찌되었든 고기 다 구워먹고 물놀이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산속에 불켜진 곳이 이집 뿐인듯 주위가 무척 어두워요. 저희는 다행히 가게와 멀지 않은 길가 산쪽에 주차를 해둬서 수월하게 정리하고 나올 수 있었는데요, 나가다가 반대편 주행하는 차를 만나 잠시 비켜주려고 들어간 주차장에 가로등이 없는 거에요. 주차장에 주차된 다른차가 있었는데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더라고요. 초보들은 좀 많이 힘들 상황이에요.


 결론을 말하자면, 고기는 정말 맛있고 양도 적당히 좋아요. 아이들이 있다면 물놀이장을 정말 좋아할것 같아요. 장비를 챙길 필요 없이 캠핑 분위기 제대로 낼 수 있는 장소에요. 근데 아이들이 없다면, 여름에는 비추에요. 물놀이를 하지 않는다면 정말 너무 더워요. 만약 다시 가게 된다면 (모기가 출몰하기 전의)봄이나 늦가을에 가서 아늑한 캠핑 분위기를 즐길 수 있을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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