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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 일상

[펌]시부모를 모시고 싶어하는 남자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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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모를 모신다는 것이 며느리에게 조금 더 손해(손이익을 따질 문제는 아니지만)
보는 일이라는 것을 기조에 깔고 시작하는 것이기 쉽습니다.
 
그 마음부터 바꾸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더 불편하게, 내가 더 싫고 힘들게 살겠다” 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싫고 불편하겠지? 그래도 우리 부모님이니 니가 좀 양보하면 안될까?”
라는 마인드로 접근하지 마십시오.
”네가 불편해하지 않을수 있도록 내가 이 한몸 바쳐 최선을 다할게”
라고 시작하십시오.
 
친구와 여행을 간 일이 있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해서 조카 아이를 달고 움직이게 되었는데,
내내 마음이 불편하고, 친구에게 미안하고, 신경이 쓰이더군요.
친구가 내 조카로 인해 걸리적 거린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있도록
내가 나서서 얼른 조카의 뒤치닥거리를 하게 되고,
시간이 늦었을 때는 조카로 인해 늦어지는 일이 없도록 아예 업고 뛰었더랬습니다.
내 집안에서는 천금같이 귀한 아이인데
친구가 그 아이를 군더더기로 여기게 하는 일도 싫었고,
내 눈에는 그저 이뻐보이는 일도
친구의 눈에는 별로 이뻐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내내 하면서 조심해서 움직였더니,
돌아오는 길에 친구가 그러더군요.
조카아이 덕분에 훨씬 재미있는 여행이 되었던 것 같다, 라구요.
 
비슷한 경우로, 대학 시절 하숙을 하는데, 어머니가 올라오신 일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동창과 하숙을 했고,
그 친구와 3년째 같이 살던 중이었기 때문에 별로 거리낄 것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둘이 자던 방에 셋이 자게 되는 것이 미안하고 신경 쓰이더군요.
자꾸만 배려해 주게 되었습니다.
물론, 친구의 어머니가 올라오셨을 때도 비슷한 상황이었지요.
친구가 저를 신경쓰고, 배려해주고.
친구와 내가 있는 공간에, 나의 핏줄을 달고 가는 것은 친구도 불편한 일이겠지만
무엇보다 내가 가장 신경쓰이고, 힘든 일이다 라는 마인드로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니, 내가 가장 신경을 써야 하고, 내가 가장 힘들어야 한다, 라는 마인드가 필수적입니다.
 
나에게는 눈물나게 고맙고 귀한 분이고,
옛날 일 생각하면 어머니의 은혜에
그저 감동해서 눈물밖에 흐르지 않을지언정, 아내에겐 그렇지 않습니다.
아내는 님의 어머니에 대한 그런 애틋한 추억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 분에게 그저 "당신이 사랑하는 남자의 어머니"라는 이유로 님이 생각하는 만큼
애틋하고 감동적으로, 절절한 사랑으로 대해 달라는 것은 무립니다.
 
굳이 따지자면 아내는 아내의 어머니에게나 그렇겠지요.
님은 그 절절하고 애틋한 어머니, 늙어 홀로 지내면 불쌍하지 않느냐 하여 모시기라도 하지만,
아내는 별로 추억도 없고, 좋은 기억도 없는 그저 사랑하는 남자의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그 절절하고 애틋한 자신의 어머니를 자기 집으로 모셔오는 일에도 눈치를 봐야 합니다.
님에게는 천금같이 귀한 분이지만
아내에게는 귀찮은 짐덩어리일 뿐입니다.
늙고 병들어 힘없고, 돈은 또 어찌 그리 많이 들고, 눈치 없는데다 말은 또 왜 그리도 많은지요.
(우리 어머니는 안그러신다구요? ^^ 세상 모든 우리 어머니는 그렇지 않고,
세상 모든 시어머니를 포함한 남의 어머니, 남의 집 노인네는 다 그런법이지요.)
친구와의 여행에 따라온 여섯살박이 조카와 다를게 하나 없습니다.
 
모시라, 모시지 마라 이것은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모실 수도 있고 모시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님의 마인드가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부모님을 모시게 되어
아내는 국그릇 두개, 밥그릇 두개, 수저 두개만 설거지 해도 되던 것을
이제 국그릇 네개, 밥그릇 네개, 수저 네쌍을 씻어야 합니다.
어차피 하는 설거지, 몇개 더 늘어나면 어때, 라고 생각하신다면
모시지 마셔야 합니다. 아내와의 갈등이 너무 커질 것이 뻔하니까요.
 
너무 사소한 비유가 될지 몰라도,
하숙을 할 때, 이불을 펴는 것은 제가, 개키는 것은 친구가 했었거든요.
어머니가 오셨는데, 밤에 불편하게 자게 한 것이 미안해서,
펴는 것도 제가, 개키는 것도 제가 했습니다.
그리고, 아마,
모든 사람들(남녀를 불문하고) 저와 같은 상황이라면 그렇게 했을 겁니다.
친구에게도 지키는 염치를 어째서 아내에겐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까요.
 
느릿느릿 칭얼대는 조카아이를 업고 뛸 각오가 없고서는
조카아이를 데리고 친구와의 여행을 시작해서는 안됩니다.
여행이 엉망진창이 될 것이 너무 뻔하기 때문이지요.
 
내 부모님이 만들어 내는 모든 치닥거리를 내가 다 할 거야, 라는 각오,
거기에 한술 더 떠 단 둘의 즐거운 여행이 되어야 하는 곳에
나에게만 반가운 무거운 짐 두개를 지고 온 것에 대한 미안함,
그 짐을 내치지 않은 것에 대한 고마움,
내가 사랑하는 그분들에 대해 눈치주지 않는 것에 대한 감사함...
 
이런 것들을 기본 마인드로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님의 행동이 보일 겁니다.
세상에, 부모를 모시는 데 어떻게 그런 마음을 가져야 하느냐, 라고 반박하고 싶으시지요.
님에게나 부모지요.
아내에겐 아내의 부모가 있는 법이니까요.
 
결혼이란, 분명 두 사람만의 여행이구요,
님의 부모님은 '내 부모님'이지 '우리 부모님'은 아닙니다.
님의 아내는 님의 아내가 되기 위해 결혼한 것이지,
님의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입양당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 속담에도 있잖습니까. 사랑은 내리사랑이지 치사랑은 없다구요.
자식은 무작정 사랑할 수 있어도, 부모를 무작정 사랑하여 품고 갈 수는 없는 법입니다.
 
님의 각오가 이와 같으시다면,
모시는 것도 무방하리라 봅니다.
 
하기야, 대한민국 남자들, 내가 다 할게, 내가 다 할게, 해 놓고 모셔오면,
빨래는 여자일, 설거지도 여자일, 이런 식이지요.
 
아침에, 아내가 밥 먹기 싫어 누워 있는데,
시부모 밥 굶는다, 밥 해. 라고 할 마인드라면, 모시지 마세요.
아내와 상관없이 내 부모님밥은 내가 챙긴다! 라는 각오로 시작하세요.
 
그래도 아내는 두 사람만의 공간을 침해받은 피해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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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기웃기웃 하다가 발견한 무척 좋은 글이 있어 퍼왔다.

비단, 시부모님을 모시는일 뿐만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배려에 관해 생각해볼 수 있는 내용이라고 본다.

 

나도 행님에게,

행님도 내게 서로 배려해주는 부부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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