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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 일상

브로콜리너마저, 계피, 가을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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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전 친구를 통해 우연히 알게 된 '브로콜리너마저', 처음 듣는 순간 밴드 이름만큼이나 담백하고 순수한 노래에 반해버렸다. 종종 브로콜리너마저 1집 '보편적인노래'를 틀어놓고 너무 좋다며('앵콜요청금지' 뿐만 아니라 전곡이 다 좋다!) 흐뭇해 하는 나를 보고 행님이 브로콜리너마저의 콘서트를 예매해줬다. 아유~ 귀염둥이, 어쩜 좋아!


 하지만 콘서트 날짜는 점점 다가오는데, 애 둘을 그것도 평일에 맡길 데가 마땅치가 않아. 어머님께 부탁 드리는 것도 이제 더이상 염치 없어 안되겠고 해서 미루다 미루다 포기했다. 아쉬운 마음에 영혼없이 브로콜리너마저 검색하다 인터넷 공연을 발견했다. '어랏, 이 밴드는 공연하는걸 싫어한다 했던거 같은데 인터넷 공연은 하나보네?' 싶어서 얼른 들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그 느낌이 좀 안난다. 라이브라 그런가? 좀 더 듣고 있자니 남자보컬은 엄청 느끼하고 여자보컬은 좀 담백한 느낌 없이 쌩한 느낌이다. 이건 아닌데 싶어 다시 검색해 봤다. 

(이건 좀 웃겨서.. 인터뷰 기사 중에 밴드 이름에 관한 내용이 있는데, 당시에 '엄마 쟤 흙먹어', '구파발 물미역', '저 여자 눈 좀 봐' 등의 후보가 나왔고, 그 중에 '왕건이 브로콜리', '너마저 맛없어'가 있었는데 그 둘을 합쳐 '브로콜리 너마저'가 되었다고 한다. 최고다. ㅋㅋㅋ)



 아무튼 내가 그토록 좋아하던 노래가 이상하게 들린 이유는, 초창기 1집 발표 직후 탈퇴한 멤머가 바로 보컬이었기 때문이었다. '계피'라고 한다. '계피'? (활동을 위한 예명을 지으려고 생각 중일 때 어머니가 옆에서 계피차를 끓이고 계셔서 계피라고 했다고, 그런데 그게 또 뻥이란다. 뭐지.) 브로콜리너마저를 탈퇴하고(한 멤버와 지독히 사이가 안좋았다며.. 얼마나 안좋았길래 탈퇴까지 한거지) 다른 뮤지션과 만나 지금은 '가을방학'이라는 그룹으로 활동 중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가을방학의 노래를 들어봤다. 한참 들으니, 그래, 이 목소리지 싶었다. 계피의 노래를 들으면, 회사 야유회 가서 신입사원에게 노래를 시킨, 삑사리는 안나지만 참 얌전히 부르는 노래, 그런 느낌이다. 세련된 맛도 가창력이 뛰어난 것도 아닌데도 참 사람 맘이 편안해 지는 담백한 목소리 말이다. 복면가왕의 가왕자리를 노릴만한 목소리는 아니지만 무언가 편안하게 듣고 싶을때 생각나는 목소리랄까? 


 그렇다면 나는 '브로콜리너마저'를 좋아한게 아니라, 계피라는 보컬을 좋아한 거였나? 하지만 '가을방학'의 노래를 계속 들어보니 계피의 목소리는 좋지만 노래 자체가 내스타일은 아니었다. 브로콜리너마저의 노래는 처음 들었을때 화려하거나 감동적인 그런 느낌은 없지만, 뭔가 익숙한듯 편안하면서도 계속 틀어놓고 일상적인 일을 하게 되는 그런 맛이 있다. 내가 화성악에 대해 1도 모르지만 브로콜리너마저의 노래를 들으면 가끔씩 멜로디가 삑사리 나듯 엉뚱하게 흘러갈 때가 있단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그냥 받아들이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는데, 이게 계피의 목소리가 있어야 완전해 지는 느낌이랄까?


 하여간 아쉽다. 계피 빠진 브로콜리너마저라니 말이다. 그것도 벌써 10년 전 일이라는데, 그래도 아쉽다. 난 그냥, 브로콜리너마저 1집이나 주구장창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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