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준비를 하던 중이었어요. 전기밥솥으로 밥을 하며 된장찌개를 끓이려고 하던 중에 워니가 밥솥 가까이로 갔지 뭐에요. 평소에도 밥솥 근처로 많이 갔지만, 밥을 하던 중에는 손을 대지 않았기에 만지면 안된다고 주의만 주고 내 할 일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칙~'하는 소리가 나길래 얼른 돌아보니 압력추가 제껴져 김이 세고 있고 아이가 그 소리에 깜짝놀라 자지러지게 울고 있는거에요. 깜짝 놀라 얼른 안아올리니 놀래고 겁먹어서 꼭 붙어 우는데, 혹시 하고 살펴보니 손바닥이 발갛네요. 밥솥의 증기에 화상을 입은 거에요. 얼른 찬물을 틀어 아이 손의 화기를 뺐어요. 욱신거림이 느껴지는지 아이는 자꾸 손을 빼려고 하는데다가, 아이를 안고서 손을 수돗물에 대는게 여간 불편해서 아예 대접에 물을 담아 아이 손을 담구게 했어요. 여름이라 찬물을 틀어도 시원한 감이 떨어지기에 얼음을 꺼내 물에 띄워 더 차갑게 해서 손을 담궈줬어요. 화상을 입으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 화기를 빼는 일이에요. 화상의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뜨거운 물이나 냄비에 화상을 입었을 경우 피부 안쪽으로 화기가 남아 있기 때문에 더 깊은 화상으로 진행될 수가 있으니, 약을 먼저 바르 전에 충분히 화기를 빼주면 깊은 화상을 면할 수 있다고 해요. 다행히 발개졌던 손은 하얗게 좀 돌아온 듯 했으나 아이가 손을 움직일 때마다 울기에 좀더 물에 담가 아린 통증을 빼줬어요. 대접에 손을 담구는 것도 싫어하기에 욕실에서 아이가 잘 가지고 놀던 컵에 물을 담아 얼음 하나 띄우고는 손을 담가줬어요. 이렇게 저렇게 해도 아이가 차분히 앉아 물에 담구고 있었던 것이 아니기에 화기는 한 5분여 뺐으려나... 색은 점점 돌아오는데 아이는 손을 보며 계속 울기에 안되겠다 싶어 소아과로 달려갔지요. 이 더위에 아이를 안고 병원으로 달렸어요. 달리면서 원망할 누군가를 찾았지요. 하지만 생각하면 할 수록 제잘못이더라고요. 아이가 뭘 안다고 만지지 않을거라 생각했는지 모르겠어요.
마침 소아과에 대기 환자가 없어서 바로 진료를 볼 수 있었어요. 증기에 데인 거라 광범위한 화상이지만 다행히 깊지는 않다고 하네요. 진행 여부는 하루 지나봐야 안다며 화상연고만 발라주고 따로 붕대를 감아주거나 하지 않았어요. 좀 열어두고 시원하게 해주라고, 하루 지켜보고 화상 입은 자리에 물집이 잡히면 다시 오라고 해요. 아이가 계속 아파 하면 부루펜 시럽을 먹이라고요. 진통효과가 있대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여전히 아프게 우네요. ㅜㄴ ㅜ 울음이 짧은 녀석인데, 아프긴 아픈가봐요. 학원에서 첫째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니 여전히 울며 내 품에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기에 부루펜 시럽을 먹였어요. 그리고 정신이 좀 분산될까 싶어 아이가 좋아하는 만화도 틀어줬고요. 다행히 먹히더라고요. 진통제 약효가 돌아 그런건지 상처가 진정된건지 모르지만 밥도 잘 먹고 목욕도 잘 하고 늘 그렇듯 자동차 가지고 다니며 잘 놀아요. 휴, 정말 다행이에요.
아이를 키우며 다치지 않을까 늘 노심초사지만, 가장 우려가 되는 것이 바로 화상이에요. 뜨거운지 차가운지 구분도 못하고 우선 덥썩 잡는 녀석들의 습성 때문에 늘 촉각을 곤두세우며 뜨거운 것에 경계를 해야 하지요. 뜨거운 커피를 마실 때에도, 냄비를 옮기거나 국물을 퍼담을 때에도 늘 화상에 대한 주의를 하는데, 잠시 마음을 놓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아이의 발개진 손가락을 보며 반성 또 반성합니다.
아이가 밥솥 압력추를 제껴 뜨거운 증기에 화상을 입었다면-
얼른 찬물에 (얼음물까지는 아니어도 된다고 해요.) 15분 정도 담궈 화기를 빼줘야 해요. 화상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응급처치에요. (모든 화상에 해당되지는 않아요.) 그리고 병원에 가서 화상 치료를 받아야 하고요. 당황하지 말고 신속하게, 엄마가 놀래면 아이는 더 놀래고 겁을 먹어요 우리 귀요미 아이들, 화상 입지 않도록 조심하시고, 행여 조금이라도 데였다면 응급처치 잘 하시고 치료 잘 받으시길 바래요. 힘 냅시다!!
+ 하루가 지나고 손의 화상 자국은 거의 없지만, 엄지손가락이 가장 심했던지 검붉게 화상을 입었어요. 곧 물집이 잡힐것 같아요. 화상연고(집에 있던 포포크림)를 발라줬지만 워낙 어려서 약을 온 집안에 묻히고 다닐뿐 남아나지 않네요. 낮잠 자는 사이 화상연고를 다시 발라주긴 했어요. 물집 없이 잘 넘어가길 바랬는데 아쉽네요.
++ 또 하루 지났는데 여전히 검붉을 뿐 물집은 잡히지 않았어요. 휴, 다행이다. 엄지 안쪽 주름이 좀 단단해진 느낌이지만 물집 안잡힌게 어디냐 싶네요.
+++ 며칠 지나고 아이 손을 우연히 보니 허물이 벗겨지고 있었어요. 물집이 잡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영향을 받았던지 엄지손가락 안쪽 허물이 벗겨졌네요.
♬ 화상의 기억이 강렬했던지 전기밥솥에 불이 들어와 있으면 '앗뚜~ 앗뚜~' 하면서 근처에 가지 않아요. ㅎㅎ
밥솥 뿐만 아니라 뜨거운 모든 것들은 경계를 하게 되었지요. 크게 다치지 않고 뜨거운 것을 배웠으니 다행이다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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