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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간다

18개월 작은 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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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문을 여는 순간 어디선가 다다다다다다다다다~ 달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몽워니가 뒤뚱뒤뚱 이티 걸음으로 순식간에 달려와 냉장고 앞에 서며 '이에여~' 하며 손을 내민다. 냉장실을 열면 제일 윗칸에 있는 바나나맛 유산균을 달라고 손짓을 하고, 냉동실 문을 열면 냉큼 문짝에 넣어둔 마른 크랜베리를 꺼내어 주세요 하며 손을 내민다. 얼마나 잽싼지 한번을 놓친적이 없다. 


양치질을 하러 욕실로 가면 어느순간 달려와 발판에 올라서서 물끄러미 보다가 양치컵을 내밀고, 옷방에 가서 거울을 보고 있으면 우다다다 달려와 전날 입고 얹어두었던 티셔츠와 옷걸이에 걸어둔 바지를 잡아당겨 내게 내민다. 허허... 이보다 기특한 비서가 또 있으랴-


엄마가 뭔가 하는것을 매서운 눈으로 관찰하고 손 끝만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는지 찬찬히 관찰하는 몽워니.

단순하지만 단순하지 않은 아기. 


아침에 일어나 유산균을 물에 타서 약병에 넣어두면 먹기 싫다고 땡깡부리기도 하지만, 유산균 먹어야 물 마시는걸 아는 이상 조금 후에 체념한듯 꿀꺽 마셔준다. 아고 고마워라.


누나 데리러 가는길, 길 한켠에 피어 있는 민들레 홀씨를 보면 누나가 불던 생각이 나는지 '오, 오, 오~' 하며 따달라 하여 손에 꼭 쥐고 달려간다. 낭만을 아는 아기랄까.


엄마품이 그리워 내게 뒤뚱대며 달려와서는 와락 안기지 않고 냉큼 뒤돌아 후진으로 내 품을 파고들어 내 겨드랑이를 손잡이 삼아 잡는 이 모습, 언제까지 보여줄런지 순간순간이 소중하고 시간이 가는게 아쉽고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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