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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간다

피아노는 언제부터 배우나요 (6살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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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는 싫었지만 어른이 되어 잘 배웠다고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피아노라는 행님은 요즘에도 가끔씩 피아노 연습을 한다. 손이 많이 굳어서 버벅대긴 해도, 비록 까치 머리에 파자마 차림이라도 피아노 치는 남자는 무척 멋지다. 

나 역시 어릴적 피아노 배우는 것이 소원이었다. 얌전한 모습으로 앉아 피아노를 뚱땅거리는 것이 어찌나 부러운지 꼭 한번 배워보고 싶은데 가난했던 우리집 형편 상 피아노 학원은 꿈도 못 꾸었었다. 초등학교 다니던 어느때 한살 어린 안집 딸네미에게 내 용돈 얼마를 학원비랍시고 주고 잠시 개인레슨 아닌 레슨을 받았는데 그집 엄마에게 들켜 몇번 못 배우고 그만두게 되었다. 그 엄마는 어린 아이들끼리 무슨 돈거래냐며 그냥 가르쳐줘라 했었지만, 한창 역할놀이에 빠져 놀 때라 학원 원장님처럼 몇번씩 쳐와라며 숙제도 내주고(종이 피아노에 손가락 연습만 했었다.) 나름 진지하게 배웠었는데 그게 깨지고 나자 그 아이는 흥미를 잃고 더이상 가르쳐 주지 않았다. 그렇게 피아노에 대한 꿈은 좌절되었다가 대학교 때 다시 고개를 들었는데, 학원을 다닐 시간은 없어서 노래 동아리 선배를 졸라 한곡 겨우 배웠었다. '사랑하기 때문에' 였는데 금새 다 까먹어 버렸다. 나의 피아노에 대한 로망을 아는 행님은 이제라도 학원을 다니라고 하는데, 촌구석 같은 이동네에 성인 음악학원은 버스를 타고 나가야 있고 아파트 상가의 학원에서는 어른을 가르칠 여력이 없다 해서 아직까지 피아노맹이다. '바이엘' 책 한권 주문해서 나홀로 뚱땅대며 독학하고 있으나, 자세도 엉망이고 박자도 엉망이다. 행님의 디지털 피아노는 아이들 장난감이 된지 오래다. 


디지털 피아노라 뭔가 누르는 버튼도 많고, 켜졌다 꺼졌다 하니 신기하고, 건반을 누르면 소리도 나오는데 다른 버튼을 누를수록 여러가지 소리도 나오니 이보다 더 좋은 장난감이 또 있겠느냐 말이다. 악보를 보는데 큰 도움이 되기도 하고 배워두면 두루 좋으니 아이들에게 언젠가 피아노를 가르칠 계획이라 미리 피아노와 친숙해지면 나중에 배울 때도 거리낌 없을거라는 생각에 아이들이 원하면 언제든 가지고 놀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창 이것저것 누르며 가지고 놀던 모나망이 6살이 되던 언젠가부터 피아노를 가지고 놀면 시무룩하다. 이것저것 눌러도 무의미한 소리만 나오니 더이상 흥미도 없고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는 거다. 뭔가 멜로디를 치고 싶은데 본인은 할 수 없으니 자꾸 엄마나 아빠한테 쳐달라고 한다. 학원에서는 너무 어리면 받아주지 않는다 했던것 같아서 집에서 조금 가르쳐볼까 싶어 내가 연습하던 바이엘 책을 꺼냈다. (나도 오른손에 이어 왼손 연습 중이다.) 집에 있는 바이엘은 악보에 손가락 번호가 있어서 아이가 보기에 무난했다. 


"도레도레도, 도레미도레미도, 미레도미레도미."


 처음에는 그 작은 손가락에 힘이 없어 피아노 건반을 누르기에도 벅차고 마음대로 움직이지도 않고, 악보대로 칠 겨를도 없어서 아주 단순한 가락도 힘들어 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른과 다르다. 안되면 될 때까지 한다. 안되더라도 좌절하거나 마음의 동요없이 계속 연습하고 또 연습한다. 아침 점심 저녁 틈만 나면 피아노 앞으로 달려가 뚱땅거리더니 어느새 도에서 솔까지 안정적으로 칠 수 있게 되었다. 왼손을 연습해야 하는데 마음이 급한 아이는 왼손은 건너뛴 채 뒷쪽의 나비야 악보를 보며 그걸 연습하고 제법 잘 칠 수 있게 되자 또 다른걸 연습한다. 집에서 가르치니 박자나 손의 자세 보다는 음에 치중하게 되고 아이는 점점 자기 마음대로 치고 있었다. 나는 정식으로 배운적이 없으니 별 생각이 없었는데 어느날 행님이 보더니 이대로 치게 두면 나쁜 습관이 자리잡아 훗날 고치기 힘들어 진다며 더 늦기 전에 학원을 찾아보라 했다. 


이제 6살 된 아이가 피아노 학원을 다닐 수 있을까? 아파트 상가에 있는 피아노 학원을 찾아가 상담을 받았다. 현재 다니는 아이들 중 가장 어린 아이가 일곱살이라며, 악보를 ABC로 배우기 때문에 알파벳 A~G까지는 알고 있어야 가르칠 수 있을것 같다고 한다. 다행히 모나망은 A~G까지의 알파벳을 알고 있다. 게다가 말을 잘 듣는 모범생이라 6살이라도 충분히 배울 수 있을것 같아 부탁드렸다. 아직 어려 힘들어 할 수 있으니 수업은 일주일에 2번 받기로 하고 엊그제 첫 수업을 받았다. 악보 이해를 위한 이론 수업도 병행하고, 왼손 오른손 계이름도 배우며 (옛날과 다르게) 놀이개념이 포함된 수업 진행 방식이라 아이도 힘들어 하지 않고 좋아한다. 집에서 피아노를 많이 접해봤기 때문에 많이 어색해 하지 않고 잘 받아들이는것 같아 다행이다. 선생님도 아이가 피아노 건반을 치는 것이 많이 안정되어 있고 집중도도 높다며 잘 가르쳐 주신다. 나는 아이들은 놀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이가 원하고 시기에 맞는 것이라면 제대로 가르쳐 줘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6살 모나망이 피아노를 언제까지 배우겠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늘 응원해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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