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워니, 영유아검진에서 체중이 3%가 나왔다. 몇백그람 차이로 겨우 위험한 수준의 진단은 면했지만, 이마저도 응가 한방에 날려버릴 수준이었다. 당연히 검사 결과는 체중미달로 인한 [정밀검진 요함] 으로 나왔다. 소아 피부과 진료를 다녔던 서울대의 성장클리닉 예약했다. (영유아 검진 결과서가 진단서를 대신해 대학병원 진료를 볼 수 있다.) 가장 빠른 예약 날짜가 거의 한달 후였지만, 느긋한 마음으로 그동안 열심히 먹여 살을 찌워보고, 그래도 안찌면 진료를 보자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먹여도 몇백 그람 겨우 느는가 싶다가 응가 한방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많이 먹지도 않는 녀석이 응가는 왜그렇게 자주 하는가? 하루에도 너댓번씩 응가를 해대는 거다. 장에 무슨 문제가 있나, 유산균을 넘 열심히 먹였나?
결국 체중미달로 성장클리닉 진료를 보러 갔다. 의사선생님의 촉진과 청진기 등으로 우선 진료를 본 뒤, 우선적으로는 딱히 이렇다 할만한 증세나 이상이 없으니 오늘은 영양 상담만 받고 가라고 했다. 영양사 선생님과 면담을 시작하며 그동안 내가 어떻게 아이를 먹여왔는가 얘기를 해보라 했다. 나는 그동안 애가 뭐라도 많이 먹으면 된다는 생각과, 돌 지났으니 이제 다양한 음식을 경험해 보아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으로 먹여 왔었다. 아이가 분유를 거부하는 데다 두유도 거부를 하니 억지로 먹일 수는 없어 그냥 놔두고, 아이가 나물 반찬을 좋아하면 그거라도 많이 먹으라고 자주 해줬다. 몽워니가 입이 짧아서 뭐든 잘 먹는것 위주로 수시로 먹이려고 갖은 애를 썼었다. 이게 잘못된 것이었다. 체중미달이 될 수 밖에 없는 식습관인 것이다.
체중을 늘리기 위해 자주 먹이는 것 보다 한번에 먹이는 양을 많이 줘서 뱃고래를 키워야 하고, 음식을 섭취할 때 단백질과 식물성 지방의 섭취를 가장 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한다. 한창 뇌가 발달하는 시기이므로 뇌가 필요로 하는 영양소인 지방이 충분하게 섭취되어야 한단다. 모유의 50% 이상이 지방이라며 식물성 지방으로 보충해줘야 한단다. 단백질도 여러가지로 섭취하지 말고 (알러지를 유발하는 생선류나 다른 육류 말고) 일단 알러지 반응 없는 소고기로 쭉 가는게 좋고, 두부에 알러지 없다면 두부나 계란도 좋다고 한다. 유제품 알러지가 있기 때문에 (워니는 치즈를 먹으면 수포처럼 올라오고, 요거트도 입가나 목 뒤가 벌겋게 올라온다) 우유를 못 먹으니 두유로 대체해도 좋다고 한다. 환자식으로 나오는 영양식(캔으로 된, 맛없어 보이는 그것)을 간식 삼아 하루에 두개 정도 먹어도 좋다고 추천해 주셨다. 몽워니처럼 아토피 증상을 가진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에 비해 알러지 노출이 더 심하니 알러지 유발 음식은 두돌 이후에 서서히 시작하는것이 좋으니 너무 다양한 음식을 먹이려 노력하지 말란다. 일단 알러지 음식에 노출이 되면, 이후로는 알러지가 자리를 잡아 버리니 지금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영양상담을 받아보니 나는 그동안 고기를 먹여도 턱없이 부족하게 먹이고, 밥도 너무 조금 주고는 이만하면 되었다며 안먹였었다. 그러고 보니 워니는 밥 먹은 후에 과일이나 다른 간식을 참 많이 먹었다. 밥배에 다른걸 채워넣고 있었단 얘기다. 생선도 등푸른 생선은 알러지 유발 인자가 엄청 많다 하는데, 나는 삼치나 고등어 밖에 먹일 생각을 못했다. 다행히 워니가 생선 비린내를 싫어해서 생선은 거의 먹이지 않았다.
영양상담을 받고서 한달여, 두유나 영양식은 거부가 심해 먹이지 못하고, 밥은 먹는다고 할 때까지 양껏 먹이고, 소고기도 한끼에 50g 이상 먹이려고 하고, (이게 양이 꽤 된다.) 매 끼니마다 두부, 달걀, 고기를 돌려가며 먹이며, 지방 섭취를 위해 모든 반찬은 볶음으로 해줬다. 내가 잘 안먹으니 튀김은 안하게 된다. 간식으로는 빵이나 떡, 고구마 등 탄수화물 위주로 주고 있다. 이렇게 먹이니 달라진 점은, 응가를 자주 안한다 거다. 양이 확 줄었고 물러졌다. 처음엔 엄청 걱정했는데, 생각해보니 육식을 많이 하니 섭취가 더 많아져 응가로 나올 양이 얼마 안되는 듯 하다. 전에는 워니가 나물이나 채소반찬을 좋아해서 우선 많이 먹이려고 이런류의 음식을 많이 해줬고, 어금니가 빨리 나와서 누나처럼 먹을거라는 해이한 생각으로 잘게 잘라주지도 않고 먹인 것이다. 그러니 섭취가 안되고 응가로 다 나온 것이고 말이다.
아직도 체중미달에서 못 벗어나고 몸무게는 몇그램 안늘었지만 꾸준히 지켜가면 좋아질 거라는 믿음으로 간다. 태열 심했던 피부가 지금은 깨끗해진 것처럼, 지금의 걱정도 훗날의 추억이 될 거라 생각하며, 오늘도 나는 퇴짜를 맞을 지언정 열심히 워니 식사를 준비한다.
'엄마가 간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아 넘어져 머리 부딪혔어요 - 아기 뇌진탕 증상 (0) | 2016.07.19 |
---|---|
산후조리원 vs 산모도우미 (0) | 2016.07.19 |
두통, 복통, 오한? 감기! (1) | 2016.07.15 |
애가 엄마 닮아 약한가보네. (0) | 2016.07.13 |
12개월 아기 반찬 (0) | 2016.0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