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아이 출산 후 친정 근처 산후조리원에 갔다. 아이를 낳으면 엄마 곁에 있어야 할것 같았다. 실수다. 친정동네는 우리집과 멀어서 신랑이 출퇴근하며 다니기 쉽지 않았고, 출입이 제한되는 산후조리원에 엄마가 오가기 힘들었다. 물론 엄마의 도움이 딱히 필요도 없었다.
둘째를 낳고서도 산후조리원에 갔다. 우리집 바로 앞에 있는 곳으로 잡았다. 또 실수했다. 신랑은 그동안 시댁에서 지내며 회사를 다녔기 때문에 조리원에는 주말에만 왔다.
조리원 생활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몸조리를 하며 첫째까지 돌봐야 하기에 산모도우미를 2주 쓰기로 했다. 지인의 산후조리를 도와주신 산모도우미 이모님을 추천 받아 부탁을 드렸는데, 그분 소속이 '친정맘'이기 때문에 친정맘을 통해 스케줄을 잡았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신생아 케어부터 목욕, 산모의 식사와 간단한 집안 정리, 청소, 간단한 아기 손빨래 정도 해주시고, 산모의 가슴마사지와 복부마사지도 해주신다고 한다.
집에서 조리를 받으니 우선 마음이 편하다. 내 집에서 쉬는게 제일 좋다. 아기도 집에서 지내니 익숙해지고 식구들과도 함께 지낼 수 있어 그들 역시 좋아한다. 우리집이다 보니 답답하지 않고 잠깐씩 볼일도 보고 가족들도 함께 지낼 수 있어서 좋다. 식사도 산후조리원의 경우 아무래도 외부음식이다 보니 2주 먹으면 질리는데, 산모도우미의 경우 내집에서 해주는 집밥이라서 질리지 않고, 가족들 끼니도 함께 해결하니 좋다. 먹고싶은 음식이 있으면 부탁드리기도 하고 내집에 있는 재료로 만들어주시니 믿을 수 있다. 산후조리원의 경우 마사지를 받으려면 예약된 스케줄에 맞춰 따로 마사지실에서 받아야 하지만, 산모도우미의 경우 내가 편한 시간에 내방에 누워서 마사지를 받으니 훨씬 개운하고 좋다. 나만 돌봐주시는 분이니 수시로 케어를 받을 수 있어서 젖몸살이나 뭉침 없이 수유를 할 수 있었다. 아기 케어도 일대일로 해주시니 더 가까이 살펴볼 수 있고 궁금한건 바로 여쭤보기도 하고 소아과나 다른 병원도 함께 가주시니 많은 의지가 된다. 우리집에 와주신 산모도우미 이모님은 추천을 받은 분이기에 이미 검증된 분이셨지만,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다. 요리솜씨가 좋은건 기본이고 손도 무척 빨라 요리며 집안일을 재빠르게 처리해주셨다. 경험이 많은 분이기에 요령도 좋으셨는데, 각종 재료나 양념 등의 위치파악을 잘 하셔서 내가 일일이 안내해 드리지 않아도 되게끔 해주셨다. 가족들과도 잘 지내주셔서 첫째가 '할머니 할머니' 하며 잘 따르는건 물론이고, 친정엄마가 오셨을 때에도 마치 이모님인 것처럼 편하게 대해 주셔서 함께 지내는 동안 가족들도 무척 편안해 했다.
어느 일에나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있는법, 우리집이다 보니 몸조리 기간이라도 일을 안할 수는 없다. 밀린 빨래를 돌린다거나 (어른 빨래는 해주시지 않는다.) 각종 잡다한 집안일들을 챙기게 된다. 집에 재료가 있어야만 산모도우미 이모님이 음식을 해주기에 식사를 위한 장도 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메뉴를 기대하기 힘들다. 내가 장을 보기 때문이다. 종일 서비스가 아니기에 산모도우미 이모님 가신 뒤, 남겨진 시간동안 집안일과 아이들 케어는 온전히 내몫이 되어 산후조리원에서 지낼 때보다는 온전히 쉴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 낮에 잘 자고 잘 먹던 아기가 산모도우미 이모님 가신 뒤에는 더 오래 깨어있거나 보챈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산후조리원에 갈 것인가 산모도우미를 쓸 것인가 많은 산모들이 고민한다. 산후조리원은 아기와 산모 모두 조리원으로 들어가 지내니 집안일이나 다른 가족들 케어 등 아무일도 하지 않아도 되어 몸이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산후조리원에서 할 일이라고는 수유 정도인데, 이마저도 분유 수유를 한다면 의무적으로 해야할 일은 하나도 없는 셈이다. 원한다면 원하는 만큼 아이를 보다가 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저 편히 쉬며 몸조리만 하면 되는 곳이 바로 산후조리원이다. 하지만 내 집이 아닌 곳에서, 그것도 한평 남짓한 공간에서 2주 동안 생활해야 하기에 무척 답답하다. 비용도 비싼데다 여럿이 함께 생활해야 하기에 정해진 스케줄에 맞춰 움직여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이에 반해 산모도우미를 쓰면 내집에서 오롯이 나만을 위한 산후 조리 서비스를 받기 때문에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아기와 식구들 역시 집에서 함께 지내니 안심이 된다. 하지만 나와 잘 맞는 도우미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2주를 함께 생활해야 하는데다 아기를 맡겨야 하기에 더욱 신중할 수 밖에 없지만 소개처에서 보내주시는 이모님들을 미리 알기가 힘드니 소개를 받지 않고서는 복불복이다.
산후조리원이나 산모도우미, 모두 장단점이 있다. 절대적으로 어느쪽이 더 낫다고 할 수는 없다. 사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자신의 상황에 맞춰 선택해야 한다. 첫째를 낳고 들어간 산후조리원은 무척 답답하고 불편했다. 시설이 불편한 것이 아니라 마음이 불편했다.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땀나도록 더운 환경이나 좁은 방에서 아기만 바라보며 2주를 지내야 하는 자체가 힘들었다. 그때 차라리 산모도우미를 쓸걸 그랬다. 산모도우미 이모님이 퇴근하신 뒤 갓난 아기를 밤에 내가 봐야 하는 것이 너무 불안하고 무서웠기 때문에 산후조리원을 선택했지만, 실제로 갓난 아기들은 먹고 자고 하는 것 외에 다른 일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돌보기 쉽다고 한다. 둘째를 낳고 들어간 산후조리원에서는 무척 편안하게 지냈다. 신랑이 시댁에서 지내 주말에만 오는 것이 오히려 편했다. 신랑 와서 조리원에서 막 돌아다니고 하면 다른 산모들이 불편하니까 (거실에서 수유도 하고 땀에 쩔은 모습으로 다니는데 남자들이 막 돌아다니면 싫어한다.) 내가 자꾸 챙겨줘야 해서 귀찮기도 하고 말이다. 다른 가족들 신경쓰지 않고 아기만 바라보며 2주를 지낼 수 있어서 몸조리 하기 좋았다.
갓난 아기 외에 돌봐야 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산후 조리는 2주만이라도 오롯이 몸조리만 할 수 있도록 산후조리원에 가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산후조리원이냐 산모도우미냐 고민하시는 산모님들, 순산 하시고 각자 상황에 맞춰 몸조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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