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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간다

여섯살 어린이의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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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청 찡찡거린다. 동생이 생겨서 그런가? 아니다. 동생과는 상관없이 찡찡댄다. 그럼 왜 그럴까? 피곤해서 그렇다. 작년부터 시작된 누리과정이 여섯살이 되자 더욱 심도있게(그래봐야 아이들 놀이수준이지만) 배우는 모나망에게, 영어와 체육, 기타 블록 활동 및 토론 등의 수업이 시작됨에 따라 무언가 정해진 시간동안 집중하고 참여해야 하는게 무척 힘이 든 모양이다. 게다가 낮잠 시간 마저 없어지니 초반에는 엄청 힘들어 했다. 저녁밥을 먹다가 잠이 들 정도로 체력이 떨어져 영양제라도 먹여야 하나 했었다. 먹다가 졸려해서 그만 먹고 들어가서 자라 하면 찡찡 울면서 더 먹고싶다고, 밥 다 먹었으니 치카 하고 자라 하면 찡찡 울면서 뭔가 더 먹고 싶다고, 원하는걸 더 먹게 해주면 찡찡 울면서 손에 묻었네 어쩌네, 이제 다 먹었으면 치카하고 자라 하면 찡찡 울면서 치카 엄마가 해주라며 찡찡거림 무한 반복이다. 엄마 지금 참을 인 골백번 쓰고 있는 것만 알아주기 바란다.

 여섯살 어린이가 더듬더듬 책을 읽기 시작한다. 작년까지는 글자를 보고 쓰더니 올해부터 스스로 기억해 내어 써보려고 하고, 받침이 없거나 가족들 이름에 들어간 글자 등 아는 글자를 찾아 보물찾기 하듯 읽어대더니, 얼마 전부터는 더듬더듬 책을 읽는다. 한글자 한글자 읽고는 글자를 연결하고 단어를 연결해 문장을 만들어 이해한다. 한글 공부라고 해봐야 마트에서 파는 3~4살 한글 학습지 (선 따라 그리기, 'ㄱㄴㄷ' 따라 쓰기 정도의 내용) 두어권 보고, 어린이집에서 숙제로 내주는 하루 한단어 써오기가 전부인데 이렇게 알아서 깨우쳐 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더불어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는 욕구도 강하다. 작년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학원을 다니는 친구들을 보며 자기도 같이 가서 놀고 싶다더니 올해는 본인이 원하는 것을 배우고 싶다며 학원에 가고싶어 한다. 그리기 홀릭이라 미술학원에 보냈다가 애매한 거리라 데려다 주고 데려오는게 넘 힘들어 한달만에 포기하고, 피아노 학원으로 바꿔 줬는데 엄청 좋아한다. 아는 노래를 배울 때에는 신나서 하다가 모르는걸 배울 때는 힘들고 재미없다며 찡찡 대는게 문제이긴 하지만, 여섯살 어린이가 이정도면 잘 따라간다 싶다. 문제는, 안그래도 피곤한데 이것저것 배운다고 더 피곤해져서 더더 찡찡대고 더더더 엄마를 힘들게 한다는 것이다.

 여섯살 어린이는 무척 소녀 감성이다. 잘 토라지고 잘 웃고 잘 이해해준다. 말도 잘 못알아 듣는 동생과 놀다가 동생이 엉망으로 만들면 엄청 속상해 하고는 '사과 안받아줄거야!' 하며 운다. 상황 파악 안되는 동생은 그저 웃고만 있지요. 친구들과 놀 때에도 마찬가지로, 남자 아이들과 놀 때에 그저 활동적으로 노는 것 보다 역활 놀이처럼 섬세한 상호 활동이 필요로 하는 놀이를 선호한다. 인형을 가지고 놀 때에도 보다 정교하게 환경을 설정하고 감정이입도 하면서 놀고, 만화 등의 동영상을 볼 때에도 '코코몽' 같은 단순한 내용 보다는 좀더 스토리가 복잡한 내용을 보기 원한다. 얼마 전에 '니모를 찾아서'에 이어 '도리를 찾아서'도 상황 설명 없이 혼자서 잘 보고 왔다.

 하지만 아직도 엄마를 제일 좋아하는 여섯살 어린이, 참 고맙다. 동생 재우느라 엄마가 곁에 없어도 '얼른 재우고 내 옆에 와요' 하며 기다려줄줄 아는 의젓한 누나면서 밖에 나가서 동생이 행여 다른 곳으로 갈까봐 동생 손을 꼭 잡아 챙기는 큰누나다. 하지만 엄마 아빠가 동생을 번쩍 안아주는게 부러워 자꾸만 다시 아기가 되고 싶다는, 아직 많이 어린 여섯살 어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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