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로로와 친구들이 갔던, 야자수와 그물침대가 있는 여름섬 - 세부에 다녀왔어요.
대부분의 세부행 비행기는 밤에 출발해 새벽에 도착해요. 여름섬에 간다며 한창 신난 모나망은 비행기에 타서 색칠놀이도 하고 도시락도 먹는 등 잘 버텨주는듯 했지만, 슬슬 졸릴 즈음 자리가 불편하다며 ㅜㄴ ㅜ.. 워니도 안아재워야 하고 모나망까지 눕고싶어 하니깐,, 와아~~ 두돌 안되도 그냥 티켓 하나 더 끊을걸 하는 생각이 어찌나 간절하던지요-
그럭저럭 세부에 도착하고 보니 그 새벽에 도착한 비행기가 우리만이 아니더라고요. 공항 입국심사 줄이 바글바글~~
+ 공항 환전, USIM, 택시 타기 +
새벽에 도착해서 택시타고 가면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쏙 들어갔어요. 우선 쓸것 생각해서 공항 환전소에서 대충 환전하고요, (공항이랑 숙소 근처 환전소랑 환율이 크게 차이나지는 않았어요. 1달러 당 0.5페소 정도.) 행님 전화는 혹시 전화를 받아야 할지 몰라서 그냥 두고 제 전화만 USIM 구입했어요. 여행객들을 위한 요금제로 5일동안 데이터 무제한 사용이 300페소(약 7,500원)에요. 말이 데이터 무제한이지 속도도 느리고 리조트 내에서는 와이파이만 사용했기 때문에 데이터 거의 안써요.
마리바고 블루워터 리조트의 픽업 서비스도 있었지만 요금이 750페소, 택시는 많이 불러봐야 300페소였기 때문에 씩씩하게 택시타고 가기로 해요. 두근거리며 '미터온 플리즈' 해야지 하고 하얀택시를 탔는데, 다행히 미터기가 이미 작동되어 있어서 안심했지요. 그런데 리조트에 도착해서 미터기에 찍힌 160여 페소에 팁 포함 200페소 주니까 300페소를 달라고..ㅡㄴ ㅡ;;
오는길에 택시기사한테 세부 처음이라며 껄껄 웃던 행님을 호구로 본 모양이에요. (처음이라고 말하면 안된다고 했는데!!) 뭔소리냐 그런 얘기 없었지 않았냐 실랑이 하는 동안 짐 내리는거 도와주러 온 블루워터 직원이 돈 더 안줘도 된다며 택시기사를 말려요. 휴~ 얼마 안되는 돈이지만 괜히 십년감수한 기분이에요.
+ 숙소, 마리바고 블루워터 리조트 +
[ 블루워터 체크인 로비에 세워진 크리스마스 트리 ]
저희는 마리바고 블루워터 리조트의 리노베이션 디럭스 룸을 잡았어요. 가든윙 쪽으로, 메인풀장과 가까워서 아이들이 물놀이 하기에 좋은 위치에요. 아이들이 있어서인지 1층을 배정받았고, 지내는 기간 내내 비가 왔지만 가든윙 중에서 지대가 높은 편이어서 괜찮았어요. 방의 금고가 고장나서 돈이며 여권, 카메라 등 바리바리 싸가지고 다녀야 하는게 좀 짜증났지만 곧 익숙해지더라고요. 산책하며 보니까 별채로 되어 있는 해변가의 더 비싼룸들은 매일 열리는 파티 때문에 좀 시끄러울것 같더라고요. 풀장이랑도 가깝지 않고.. 아이들이 있다면 마리바고 디럭스가 역시 가성비 짱인듯요. 디럭스룸 바닥이 타일이라서 저희는 바닥을 한번 닦고 맨발로 지냈어요. 맨바닥에 앉으면 너무 차가우니 의자에 있던 쿠션 깔아주고요. 외국에서 온돌방을 기대할 수 없지만 요렇게라도 지내니 좋았어요.
예약은 더세부스타일투어 카페를 통해서 했는데 골드카드가 포함된 패키지였어요. 골드카드는 리조트 내에서 룸서비스나 기타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캐쉬카드인데 약 6000페소 충전된 카드였어요. 가기 전엔 별 생각 없었는데, 사용해 보니 정말 좋더군요- 물론 공짜는 아니지만, 어쨌든 충전금액이 있으니 룸서비스나 조식 뷔페도 금액 따져보지 않고 마구마구 이용할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마음의 부담이 없어지니 한층 즐거워졌달까요- 돌핀키즈클럽(?)에서 모나망이 목걸이 만들기도 참여하고, 체크아웃 할 때 사용하지 못한 금액으로 기념품 샵에서 드라이 망고도 샀어요. (기념품 샵은 꼭 체크아웃 하기 전에 가셔서 구입해야 한다고 하네요)
가든윙 앞의 풀장이에요. 나무와 어우러진 모습이 너무 멋지지 않나요?!! >ㅂ <//
풀장 깊이는 어른의 허리보다 높아서 아이들은 꼭 구명조끼를 입혀야 했어요. 바닥에 발이 닿지 않으니 아쿠아슈즈는 딱히 필요성을 못느꼈고요, 풀장 가장자리는 미끄럽지 않은 오돌도돌한 타일이어서 좋았어요. 중앙의 미끄럼틀을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경사도 완만해서 워니도 계속 타고 또 타고~ 저도 넘 재밌었는데, 애들 받아주느라 저희는 수영을 즐길 새가 없었답니다.. ㅜㄴ ㅜ 숙소 바로 앞이 풀장이라서 놀다가 간식거리 가지러 가기도 편하고 좋은데, 물놀이 끝내고 외출하러 나올 때에도 수영장이 눈앞에 있으니 아이들의 한숨이...ㅋㅋ 우리 애들이 어리기에 하루 한번 물놀이로 끝냈지, 더 컸다면 하루죙일 물놀이 한다고 했을지도 모를 일이에요. 수영을 하지 않아도 그저 의자에 앉아 물놀이 하는 사람들만 바라봐도 힐링이 되고 여유를 찾게되는 그런 풍경이지요.
수영장에서 놀고 피부에 탈이 났다는 후기를 보고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아무일 없이 재미있게 놀았어요. 워니가 태열이 심했었고 피부가 약해서 약이랑 다 챙겨갔는데 너무 잘 놀고 왔네요.
블루워터는 모던한 호텔식 리조트가 아니라 자연 친화적(?)으로 구성된 현지식 리조트라고 보심 될것 같아요. 건물들이 낮고 나무도 많고, 곳곳을 아기자기하게 꾸며놔서 산책하기에도 좋았어요. 아이들을 위해 놀이방도 있는데 뻥 뚫려있는 공간이라 좀 덥긴 했어요. 모나망은 여기서 비즈목걸이 만들기를 했는데 직원들이 한국말로 설명도 해주고 아이가 재미있게 만들 수 있도록 잘 봐줘요. (목걸이, 팔찌 만들기: 250ps) 그 옆에는 포켓볼을 칠 수도 있어서 우리도 한게임 쳐볼까 했는데 계속 사람들이 있어서 포기했어요.
인공해변의 바다는 생각보다 멋지지 않았지만, (신혼여행을 보라카이로 가서 자꾸 비교가 되더라고요) 바닷가에 있는 그물침대를 아이들이 엄청 좋아하기도 했고 모래장난도 할 수 있어서 만족했어요. (그 바다에서 수영하는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인공섬에도 가보고 싶었지만 파티가 예약되어 있어서 출입을 할 수 없다 해서 아쉬웠어요.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낮에도 저녁에도 파티를 계속 하더라고요. 주변 방들은 좀 시끄러울듯;;
모기는 좀 있었어요. 엄~청 많은건 아니었지만 온가족이 물렸지요. 손으로 때려잡은 모기도 대여섯 마리 정도 되고요. 혹시 몰라서 챙겨간 모기장을 유용하게 쓰고 왔어요. 맘편히 잘 수 있었지요. 마리바고 블루워터 특성 상 개미가 많다는 얘기는 워낙 많이 들었던 터라 마음 비우고 갔지만, 아이들 수저를 쓰고 세제로 잘 닦아 두었는데 외출하고 돌아오니 엄청난 개미떼가 모여들어 깜놀했어요. 이후로는 계속 수저를 냉장고에 보관했어요. 바퀴는 못봤고요, 비가 오는 때는 골뱅이만한 달팽이랑 엄청 커다란 벌레들을 볼 수 있어서 신기했어요.
마리바고 블루워터는 직원들 친절하고, 산책하기에 좋고, 가성비 정말 좋아서 아이들이나 어른들 모시는 여행이라면 강추 날려드려요-
+ 먹거리, 맛집 +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게 먹는거잖아요. 따로 정리했어요. ㅡㅂ ㅡ
세부 먹거리(맛집): http://mamandamin.tistory.com/1457
+ 마사지 +
마리바고 블루워터는 아쉽게도 출장 마사지를 부를 수가 없어요. 리조트 내에 아무마 스파가 있기 때문인듯 해요.
아이들 둘이 있지만 마사지는 꼭 받고싶고.. 그래서 첫날 선택한 곳이 [골드문 스파]였어요. 시설 좋고 아이들 놀이방도 있으니 저희에게 딱이죠. 게다가 환전소 환율로 환전도 해준대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당장 픽업 요청을 해요.
골드문 스파는 소문대로 시설이 끝내줘요. 분위기로 압도한달까.. 두근두근 기대하며 홀리스틱 아로마 마사지로 60분(1200ps, 카페 회원 반값 할인) 받기로 해요. 아참, 아이들은 놀이방에서 놀게 하면 되고 마사지 받을 동안 시터를 잠시 부탁할 수도 있지만, 저희는 그냥 교대로 받기로 했어요. 모르는 사람에게 아이들을 맡기기 불안하기도 하고요.
행님이 먼저 마사지 받는 동안 저는 아이들과 함께 놀이방에서 기다렸는데, 놀이방의 시설은 깔끔하고 좋아요. 근데 냄새가, 새로운 장난감에서 나는 듯한 플라스틱 냄새랄까 아무튼 그런 냄새가 눈따갑게 나더라고요. 에어컨을 켜놔서 문을 열 수도 없고.. ㅜㄴ ㅜ 조금 지나니 적응이 되긴 했지만 두시간을 여기서 기다려야 하는 애들에게 좀 미안했어요. 한쪽에 TV가 있는데 뽀로로 만화를 주구장창 틀어줘요. 시터분들은 자는 아이 옆에서 대기하거나 노는 아이 곁에서 지켜보는 정도였어요.
암튼, 길고 긴 한시간이 지나고 퉁퉁하고 기름진 얼굴을 한 행님과 바톤터치를 해요. 찌뿌둥한 몸뚱아리를 개운하게 변신시켜보자며 기대감에 두근두근 룸으로 올라가요. 세련되고 모던한 마사지 룸에 누워 마사지를 받는데, 마사지 언니께서 감기에 걸렸나봐요. 코도 풀고 기침도 하고.. 에어컨 바람이 세서 더 심한듯 해요. 이걸 꺼달라고 하면 마사지 힘들어 땀나고 더운데 진상부리는 손님이 되려나.. 온갖 고민과 생각으로 마사지에 집중을 할 수가 없어요. 결국 꺼달라고 하긴 했지만 마사지가 개운하진 않았어요. 마사지 해주시는 분들도 사람이니 아플 수도 있고 컨디션이 안좋을 수도 있으니 컴플레인 따위 생각지도 않아요. 몸도 안좋은데 고생했다며 팁을 챙겨드리고 싶은데 환전맡긴 돈은 마사지 끝나고 받을 수 있어서 우선 카운터로 나왔어요. 저희 마사지 해주신 분들께 전해주십사 팁을 맡기니 직접 주라며 언니들 호출해줘요. 얼마 안되는 팁이라 수줍게 드렸는데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로 영혼없이 받고 가버리는 그분... 난 누굴 걱정한걸까요-_ -;; 마사지도 안시원하고 마음도 안시원한 곳이었어요.
다음날은 다른곳에 가볼까 싶어서 열심히 톡을 날렸지만, 전부 씹혀요. 바쁘신가.. 그러다가 답이 온 곳이 [이바나 스파]였어요. 당장 픽업 요청해서 가보니 블루워터와 거리가 좀 되더라고요. 가는 동안 현지인들 동네도 구경하고 좋았어요. 그런데 문제가 생긴거에요. 행님에게 분명 4천여 페소를 맡겼는데 자긴 천페소만 있다며 지갑을 안챙긴 저를 탓하려고 해요. 여행지에서 맘 상하면 안되니까 비상금으로 놔둔 100달러를 환전하기로 해요. 이바나에서는 네이버 환율보다 1페소 낮게 환전해준다는데 아쉬운건 저희니까 그냥 환전 부탁해요. (전날 환율 49.6ps였는데, 여기선 48ps) 이바나의 대표 마사지는 네손마사지래요. 현지식 표기인가 했는데, 마사지사 두분이 동시에 해줘서 4손 마사지였어요. 놀이방도 없고 하니 마사지 룸에 아이들 데리고 들어가도록 양해를 구하고 마사지 받는 동안 터닝메카드를 쉴새없이 틀어줘요. 초반에는 좀 집중하는것 같더니 곰새 싫증이 난 워니가 꼬물꼬물 침대에서 내려와 방해를 하기 시작했어요. 마사지에 취해 잠이 들랑말랑 할 때 어디선가 다가와서 엄마팔은 자기꺼라며 마사지사에게 내어줄 생각을 안해요. 웃통 홀랑 벗고 있는 흉한 꼴로 부랴부랴 가방에서 사탕 꺼내서 물려주니 그제서야 팔을 내어주는 아들놈.. -_ -;; 다시 마사지에 집중을 해볼까 하면 또 나타나 행패를 부려대서 힘들었어요. 그 와중에도 마사지가 어찌나 시원한지 행님이랑 서로 여기 정말 최고라며 수다를 떨었어요. 굳이 두명이 한번에 안해도 이 언니들이라면 충분히 시원할것 같았지만 암튼 좋았어요. 마사지가 끝나고 옷갈아입을 동안 마사지 언니들은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바로 팁을 드리면 좋겠는데, 오늘도 환전한 돈을 찾아야 드릴 수 있으니 다같이 카운터로 갔지요. 네손마사지 90분이 1400ps인데 전혀 아깝지 않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팁도 기분좋게 드렸어요. 언니들도 함께 웃으며 받아줘서 기분도 시원해요. 다음에 또 받고 싶은 곳이지요.
+ 숙소, 워터프론트 에어포트 호텔 (워터프론트 막탄) +
돌아오는 비행기가 새벽 2시라서 아이들 컨디션이 걱정이에요. 마리바고에서 레잇체크아웃이 밤 10시인데, 그시간에 짐 들고 이동하면 아이들이 더 피곤할까봐 6시 체크아웃 하기로 하고 공항 앞 호텔을 하루 더 잡았어요. 저녁 먹고 한숨 재우려고요.
워터프론트 에어포트 호텔은 이름 그대로 공항 바로 앞에 있어요. 길 건너면 바로 있다기에 한밤중에 길 건너 가기 위험하지 않나 생각했는데, 길이 왕복 2차선..;; 게다가 새벽 비행기가 넘쳐나는 세부공항이라 전혀 위험하지 않아요.
나무 많은 블루워터에 있다가 워터프론트에 오니 다시 문명세계로 온 듯한 기분이 들어요. 개미걱정 노노-
더블 슈페리어룸을 예약했는데, 방에 들어서자마자 담배냄새와 함께 아저씨 화장품 냄새가 진동을 해요. 으으으... 환기하려고 창문을 찾았는데 열 수가 없도록 되어 있더란.. ㅜㄴ ㅜ 뭐, 몇시간 있을거니깐요..
대충 요깃거리로 저녁을 때우고 아이들을 재워요. 그 사이에 공항에 커피 사러 다녀왔는데 정말 가깝더라고요. 짐도 다시 한번 더 정리하고, 긴팔 옷으로 갈아입고요. 체크아웃 할 때 공항 간다고 하면 셔틀을 태워줘요. 길 건너 바로이긴 해도 짐이 있으니까요.
여기는 정말 비행시간 애매할 때 잠시 들르기에 딱 좋은 곳이에요. 오래 머물지는 말것. ㅋㅋ
우리가족 처음으로 다녀온 해외여행이었어요.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거라 걱정도 많이 하고 준비도 힘들었는데, 무사히 그리고 즐겁게 다녀왔어요.
기회가 되면 한번 더 가고 싶다고 생각되니, 이만하면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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